모래 그릇

February 23, 2006

인간이 사는데 앞으로 정해진 길을 운명이라고 하고,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길을 숙명이라고 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운명적 사랑 같은 운명을 다룬 경우는 많지만 숙명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한 것은 드물다.

이 드라마는 먼저 어떤 사건을 보여준 후에 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는 구조이다. 하지만 그 사이의 전개가 아주 느리고 별로 반전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기에 계속 보기가 아주 힘들다. 그래서 일본에 방송을 할 때 한 두 편만 보고 접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마지막회를 위한 서론이라고 할 수 있다. 계속 참으며 마지막회를 보는 순간, 그것이 이미 조금은 예상한 일이라고 해도 눈물이 계속 흐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을 것이다. 거대한 숙명의 엄숙함과 인간적 고뇌와 그 비극에, 다른 어떤 드라마보다 훨씬 깊은 감정의 수렁에 빠져들 것이다. 진한 여운이 남는다.

사랑이 필요없는 사람이 있을까? 이 역설적인 제목의 드라마는 전혀 사랑따윈 필요없는 듯이 살고 있는 두 사람이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이들이 더욱 상처받고 사랑에 목마른 사람들이다.

가슴 속에 꾹꾹 눌러 참고 쌓아둔 감정은 마음의 벽에 난 조그만 틈새를 놓치지 않고 비집고 터져나와버린다. 한꺼번에 빠르게 많이. 그러다가 극단적인 일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다시 한 번 던지게 만든다. 냉정히 바라보면 가장 추악한 상황도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드는 마법이 사랑이 아닐까? 하지만 사랑에 냉정따윈 필요없어, 춘하추동.

공범자

February 19, 2006

한 편의 추리소설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겨놓은 듯 하다. 그러나 더욱 재미있는 것은 사랑이다. 그래서 러브 스릴러 이라는 카피가 등장하는 것이리라.

극히 여성스러운 여자 주인공과 거칠지만 부드러운 남자 주인공. 이들의 심리 묘사와 연기가 가장 볼만하다. 물론 살인 사건이 벌어지지만 이미 누가 범인이고 진행을 다 보여주기 때문에 그것에서 본격추리물보다는 스릴러라고 할 수 있다.

계속 긴장감을 유지하여 다음 편을 보게 만들고, 다 봤을 때 무언가 강렬한 인상이 남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립스틱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남자 주인공도 처음 보는 여자 주인공도 인상적이다.

Beginner (비기너)

February 2, 2006

사법연수원에 모인 여러 이력을 가진 아웃사이더 8명이 그룹을 이뤄서 여러가지 난관을 토론으로 해결하면서 연수를 잘 마치고 각자의 길로 간다.

실각한 공무원, 야쿠자 두목 내연녀, 텔레마케터, 양아치, 정리해고 당한 남자, 법대 수석, 전업주부, 18년간 공부한 프리터 등 이력이 전부 제 각각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은 참 재미가 없는 것이구나 라고도 생각하게 된다. 역시 성적 긴장감이 생길 수 있는 무리에서 살아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된다.

가볍고 경쾌하며 기분을 좋게 만드는 드라마다.

Stand Up! (스탠드 업!)

February 2, 2006

2003년에 아이돌 그룹 출신 남자 4명과 스즈키 안이 출연한 일본 드라마. 어릴적 친구인 17세의 고교생 5명을 중심으로 성에 관한 이야기를 가볍고 재밌게 풀어간다. 한두편 보다보니 하루이틀 사이에 다 봐버렸다.

내 주변의 (드러나고 받아들이는) 현실과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상황의 괴리감때문에 더 이상 그 둘 사이를 하나의 세계로 묶지 않고 이분법적 사고를 하게 된다. 그래서 지겨운 현실도피로 드라마를 보게 되는 것이겠지.

주인공의 “에~”하면서 살짝 찡그리는 표정이 인상깊어서 계속 따라하게 된다.

Rondo (론도; 윤무곡)

January 24, 2006

‘무간도’처럼 서로의 조직에 첩자(두더지)를 심어놓는 경찰과 범죄조직 센쿠. 여기에 조금 더 복잡하게 애정 관계를 얽어놓아 충분히 재밌을 것처럼 보였었다.

그러나 타케노우치 유타카, 키무라 요시노 등 호화 배역임에도 불구하고 최지우, 이정현, 신현준의 압박에 못 이겨 그만 보기로 했다. 특히 최지우만 나오면 집중이 안 된다.

그리고 주요 장면에 흐르는 동남아풍의 중얼거리는 음악도 자주 나오니 이상하다. 또한 흐름이나 화면 처리등이 일본 작품이 아니라 홍콩 느와르 같다.

アンフェア (Unfair)

January 21, 2006

이번 분기에 새로 시작한 시노하라 료코(아네고,루미땅) 주연의 형사물. ‘추리소설’이라는 원작이 있어서 앞으로 전개가 볼만할 지도 모르겠지만, 2편을 봤는데도 너무 어두운 분위기라 그만 보기로 했다.

이에 비해 ‘시효경찰’은 가벼운 분위기라 마음에 든다.

언페어